퇴사할 생각하니 행복합니다

작은 개인 가게에 들어가서 어떻게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준으로 규모 키워놓고 관리체계 만들어 놨는데, 일은 몰리고 대우는 별로고.. 결국 그냥 퇴사 확정했습니다.

며칠전 마지막으로 사장과 담판했었는데.. 뭐 본인은 여전히 자기가 혼자서 직원 갈구면 다 되는줄 알고 있더군요.

뭐 당연히 일했던 데이터들은 놓고 가는데... 알아서 하겠죠.

일단은 제가 기본적으로 데이터 공유할땐 - 특히 엑셀 자료들은 함수 지워놓고 결과값으로만 남겨놓습니다. 그 이유가 처음에 와서 엑셀함수 좀 보여줬더니 이 컴맹 직원들은 모든 업무를 저에게 다 넘겼고요.. 심지어 사장조차 일이 빨리 정확하게 끝나면 대우를 해줄생각을 안하고 계속 일을 떠넘깁니다. 그래서 노하우 공유하기도 싫고 해서 정말 기본적인 sum 함수 정도를 제외하면 다 텍스트값으로 변환해서 보고 및 공유했었죠.

두번째로는 어차피 이런 하꼬방 가게에서 기기나 SW에 대한 투자가 있을리 없습니다. 여전히 불법복제 오피스2007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미안하지만 제돈들여서 제 노트북에서 365로 일했거든요. 당장 저는 일할때 vlookup 대신 xlookup만 썼고 수많은 수작업 데이터 입력은 filter 함수로 도배해 놨었습니다. 당연히 다른 사람이 제 로우파일 가져가봐야 xlfn 어쩌고 메시지만 잔뜩 보면서 하나라도 손대는 순간 에러메시지만 보게 될 겁니다. 심지어 파워포인트 파일들도 다 신형 오피스 기준이고 말이죠.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동영상 홍보 어쩌고 말하는데 인코딩용 컴퓨터라고 던져주는게 몇년전 물건인지도 모를 듀얼코어 시스템이니... 한번 개지X 떠니 PC 사준다며 견적 올리라던데 이건 뭐 올린 견적을 절반으로 깎고 그거 사주면 회사 일 더 열심히 하라는 무슨 개같은 소리 하고 있어서 화딱지 나서 그냥 제 돈 주고 샀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제 분야에서 도저히 혼자 일할수 없어서 사람 뽑아 달라고 했는데 이건 뭐 진짜 아무나 뽑은겁니다. 사무직으로 오는 사람을 컴맹으로 갖다 놨네요... ;;;; 새로 뽑아달라 말하니 교육시켜서 쓰면 된다나... 지금 1년쨰인데 기본 엑셀 함수도 못씁니다. 사장에게 제발 자르라고 몇번 말해도 안통합니다. 이런 상태로 1년 지나니 일도 못하면서 짬밥 찼다고 자기 맘대로 업무 처리하고 있는 상황인데.. 뭐 저는 일단은 제 업무 다 두번 이상 반복해서 전달해 줬습니다. 심지어 문서로 매뉴얼까지 만들어주긴 했죠.

뭐 아무튼... 20여명 정도 고객자료 항목별로 분류하라고 지시했더니 그걸 손으로 가나다순으로 적어서 아래아한글로 - 탭도 아니고 스페이스바로 간격 맞춰서 제출해서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고, 이젠 대놓고 본인은 엑셀 못하니 데이터 정리해서 갖다 바치라는 후임을 남겨놓고 - 그리고 엑셀 업무는 자동으로 되는 줄 아는 사장을 남겨놓고 저는 떠납니다 ㅋㅋㅋ